[인터뷰] 하반기 국회의장 후보 6선의 민주당 문희상 의원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국회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으로 대통령에 이어 국가 의전서열 2위이다. 의전상의 명예뿐 아니라 본회의 개의권을 쥐고 있어 국회 운영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과거보다 직권상정 요건이 강화됐다곤 하지만 여전히 법안을 상임위 의결없이 본회의에 곧바로 올릴 수 있는 실권도 있다. 20대 국회는 5월 이후 현 정세균 의장의 후임을 선출해야 한다.

국회의장의 대표적인 역할이 국회를 운영하는 소통과 정무능력이다. 통상적으로 국회의장은 의원들의 무기명 투표를 통해 재적의원 과반수 득표로 선출하는데 국회 제 1당에서 배출해왔다. 민주당에서 하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대표적인 의원이 6선의 문희상 의원이다.

문 의원은 “정치를 권력 쟁취를 위한 투쟁으로만 생각한 채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기본 책무를 제대로 해오지 못한 여야 정치 지도자들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면서 “정치인이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역사의 고비마다 나섰던 국민이 선거를 통해, 아니면 혁명을 통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원활한 국회 운영을 강조했다. 다음은 문 의원과의 일문일답.

민주당 문희상 의원 /사진=인터넷언론인연대

-여야의 관계가 최악으로 가고 있습니다. 정치적 견해 차이는 사회 갈등을 일으키는 첫 번째 요인으로 보시는 배경이 뭐라고 보시는지요?

개인적으로 이 정도라니 놀랐다. 해방 이후 1987년 체제 이전에는 ‘적이 아니면 동지’라는 군사문화가 정치의 핵이었다. 민주화 이후에는 성숙하지 못한 정치 지도자들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큰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조장해 정치적 이득을 보고 기득권 지키기에만 연연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갈등을 조정하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세월이 실질적으로 너무 적은 측면도 있다.
 
-소통과 대화를 강조했던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는데 이부분에 대한 의원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막말을 여야 가릴 것 없이 정당 지도자들이 SNS를 통해 쏟아내고 있다. SNS라는 소통공간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가 가라앉으면 모두 죽는데 배 위에서 서로 이기겠다고 싸워서 무슨 소용이 있나.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기는 커녕 신뢰가 점점 떨어지고 있어서 걱정이 많아요.
 
-예전엔 여야가 낮엔 싸우더라도 밤엔 술잔을 기울이며 타협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일정한 금기시되는 언어들이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막말을 넘어서 막장드라마를 보는 느낌까지 드는데요?

노태우 대통령 시절 북방외교는 김대중 야당 총재가 낸 아이디어를 이홍구 당시 국토통일원(현재의 통일부) 장관이 받아서 그대로 추진했어요. 외교안보엔 여야가 따로 없었어요. 2014년 내가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일 때 세월호 사건으로 장외투쟁하던 의원들을 한명 한명 설득해 취임 한 달 만에 국회로 들어갔어요. 여야 정치인은 서로 윈윈하는 ‘라이벌(rival)’이지, 너 죽고 나 살자는 ‘적(enemy)’이 아니다.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방이 틀린 게 아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멀리 봐야 크게 얻을 수 있고 집권도 할 수 있다. 여야가 싸워서 이기면 뭐 하나. 나라가 망하면 여야가 어디 있나고 말했지요 하지만 요즘은 타협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극한전인 언어들만 난무해서 걱정이 되요. 이러한 극한적인 갈등의 결과로 피해보는 것은 국민들 뿐인데.
 
-이런 극한적인 갈등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어디서, 무엇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신지요?

지금 줄탁동기(啐啄同機·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를 위한 타이밍이 딱 맞아 떨어야 합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대통령과 여야 정치 지도자가 함께 대오각성해 촛불시민의 뜻을 무조건 받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먼저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결국 갈등으로 막힌 국정운영에 대한 책임은 국정운영을 맡고 있는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이 더 클 수밖에 없는데 이부분에 대한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촛불혁명 완수 작업을 잘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남북관계는 획기적으로 개선해가고 있어서 동북아시아의 대 전환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정파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야당도 잘한 건 잘했다고 인정하되 (과거 역사를 볼 때)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눈은 늘 예리하게 유지하면서도 행동은 소처럼 착실하고 끈기 있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다만 대통령께서 ‘국민의 뜻’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는데 뒤집어 보면 국회를 무시하는 측면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가 정말로 중요한 시기입니다. 대부분의 정권을 보면 집권 2년차부터는 청와대의 계절이 아니라 국회의 계절이 돼 왔습니다. 특히 개헌과 각종 개혁입법은 모두 국회가 해야 합니다. 입법이 제대로 안 되면 정부 여당의 책임이 첫 번째입니다. 집권 1년이 지났는데도 야당 탓만을 할 순 없습니다. 야당도 무조건 발목을 잡기보다는 요구할 건 요구하고 내줄 건 내줘야 합니다. 과거 경험을 볼 때 여야가 구체적인 요구안을 내놓아야 타협의 여지가 생기고 그것이 바로 협치입니다. 여야 정치지도자들도 스스로 대오각성해 역사적 소명감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럴 때 국민도 국회를 다시 보게 됩니다.

-개헌을 통해 협치를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그동안 개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공이 국회로 넘어왔습니다. 여야 국회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뜻을 한데 모아 헌법 절차에 따른 대통령 탄핵까지 했지 않았습니까. 개인적으로 6·13 지방선거가 끝난 후 1년 안에 개헌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촛불시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회의장 후보 경선 선거에는 5월 9일 국회의장 후보 선거 공고를 거쳐 10일 후보 등록을 받아 투표일은 16일 오전 10시에 실시한다. 국회의장 후보군으로는 6선 문희상·이석현 의원과 5선 박병석·원혜영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민주당 선관위는 회의를 통해 투표 당일 정견발표를 하지 않기로 했고, 결선투표 방식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 때문에 당규에 따라 최다 득표자가 후보로 선출된다. 최다 득표자의 득표수가 같으면 의원 선수 우선으로, 선수가 같으면 나이 우선으로 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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