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경일보 이범수 수석부회장

[검경일보 이범수 수석부회장] 검찰이 헌정 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다음 주 영장실질심사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것은 사법부 71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으로부터 재판거래를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지시를 내리는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사법농단 의혹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일제 강제징용 소송과 옛 통합진보당 소송 관련 재판 개입부터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판사들을 부당 사찰하고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까지 개별 혐의만 40여개에 달한다.

최고위급 판사들에 대한 잇단 영장 기각으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법원으로서는 곤욕스럽다. 지난해 6월부터 두 달 동안 이 사건과 관련된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은 무려 90%에 달한다. 기각 사유도 다양하다. ‘직접 문건을 작성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추측을 하고, ‘직업이나 가족관계’를 고려하고,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뤄진 점에 비춰’ 등을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주거 평온을 해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방탄판사단’이란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국민들로부터 가장 신뢰를 받아야할 사법부는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대법원장이 이런 짓거리를 해도 제대로 사법처리를 못한다면 아무도 법질서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장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란 건 누구나 다 아는데 자신만 모르는 일이며 발뺌하는 건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혐의는 검찰 수사 과정과 이후 재판에서 반드시 진상이 규명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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