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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심에 대한 오만

기사승인 2019.07.16  08: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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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일보 이주옥(수필가)] 오래 전 대중을 휘어잡던 한 유명 가수는 17년 동안 모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22살 눈부시게 젊었던 그 청년은 일신의 이익을 위한 해외도피자라는 불명예스런 이름을 달았다. 그동안 결혼을 하고 아이 아빠도 됐다. 그의 나이도 어언 불혹이다.

그는 버젓이 한국이름이 있지만 그가 찾아 정착한 곳에서 그에 어울리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스티브 유. 그가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는 병역기피를 위해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때문이다. 그간 여러 차례 모국으로 돌아오려고 애쓰는 모습을 매스컴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어느 때는 우리나라에 도착했다가 입국장에서 거부당해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갔다는 황당한 소식도 있었다.

노래 실력은 물론, 남다른 춤 솜씨를 겸비한 그는 한 때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발표하는 노래마다 히트하고 그가 하는 춤사위에 환호하며 부럽게 쳐다보는 청소년들에게 그는 닮고 싶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선택한 불온한 방법이 그의 인생을 가로막는 자충수가 된 것이다.

군대는 휴전 상태인 대한민국에 남자에게 지어진 무거운 의무이며 반드시 건너야 하는 강이고 올라갔다 내려와야 하는 산이었다. 지금이야 2년이 채 안된 복무기간이 그나마 부담을 덜어 주지만 예전 군대 3년은 남자들 인생에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의무적으로 치러내야 할 3년이란 시간은 때로는 한 남자의 생과 사를 가르고 일생일대 만남과 이별,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기도 했다. 입영열차나 군사우편은 남자들 평생을 따라 다니는 절절한 인생 소묘였다. 망둥어처럼 뛰던 청춘들이 진중하게 삶의 진로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고 평생 두고두고 펼쳐 보는 남자들의 시절만가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와 무게를 지닌 병역의무에 시대적 우상이었던 젊은이가 그만이 가진 조건이나 환경을 기회삼아 회피했기에 더욱 반감을 사고 용서받지 못하는 것이리라.

우상은 신이든 사람이든 다소 외로운 성정을 지니고 있다. 그 우상을 향한 대중의 성정이 더없이 자만스럽고 냉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우상을 향한 환대와 환호는 밀물처럼 밀려오다 순식간에 빠져 나가는 썰물처럼 허망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다.

얼마 전 대법원은 LA영사관에서 내린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매스컴에서는 그가 드디어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그의 가족들 오열 소식도 알리며 어느 정도 인간적인 공감을 요구했다. 그러나 문제는 사법적인 처분이 아니라 그의 귀환을 여전히 강하게 거부하는 국민정서였다. 그의 입국 불허를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됐고 하루만에 3만여 명이 동의했다. 그는 한 때 그토록 그를 사랑했던 대중들에게 끝내 귀환거부당한 것이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공인들은 다분히 추상적인 존재이며 쉽게 영웅도 된다. 대중은 우상을 보며 다분히 이상적이고 신격화 된 인간상까지 기대한다. 그러다가 어느 한 부분이 어긋나거나 빗나가면 필요 이상으로 분노하고 반감을 가진다. 아마 그들을 보며 대리만족하고 꿈꾸듯 바라보던 것이 무너짐에 대한 절망이며 상실감 때문이리라.

그 시절 그는 매일 매스컴을 통해 대중을 홀렸다.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신뢰도 얻었고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남자로서도 환상을 지니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병역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그에 경솔하고 이기적인 행각은 젊은이들을 하루아침에 등 돌리게 만들었고 20여 년 가까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족쇄가 됐다.

너무 사랑한 것은 더 용서하지 못할 정서적 기반이 되는걸까. 어쩌면 그를 향한 오랜 반감과 거부감은 그를 너무 사랑했던 탓일지도. 한 때 반짝이는 햇살처럼 찬란하게 빛났던 젊은이는 그 눈부심에 대한 오만한 과오로 오랜 시간 모국을 기웃거리는 방랑자가 됐는지 모른다. 

이주옥 leejo9004@hanmail.net

<저작권자 © 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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